하나은행 2024 K리그가 개막했다. 개막전이 펼쳐진 3월 1일,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추운 날씨 탓에 관중이 적을까봐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동해안더비가 펼쳐진 울산 문수월드컵 경기장에는 28,683명의 구름관중이 운집했다. 이어 두 번째 경기가 열린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도 24,758명의 축구팬이 모이면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다음날 역시 흥행 열풍은 이어졌다. 광주 축구 전용 구장이 매진 되었고 (7,805명), 인천 축구전용구장에도 15,060명 의 많은 팬이 찾아와주었다. 춘천 송암에도 6,021명의 팬들이 관람하면서 준수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DGB 대구은행파크가 매진 (12,133명)되면서 화룡정점을 찍었다. 1라운드 전체 관중은 94,460명으로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한 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시안컵 부진 및 꽃샘추위도 K리그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막을 순 없었다.
1라운드를 간략 리뷰로 살펴보자
1. 울산 HD vs 포항 스틸러스 (3/1, 14시, 울산 문수)
개막전 부터 동해안 더비가 펼쳐졌다.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자격으로 맞붙는 두 팀이었다. 3연패에 나서는 울산 HD와 재창단에 가까운 변화를 겪은 포항 스틸러스였다. 아직 조직력이 부족한 포항은 내려앉아 카운터를 노렸다. 울산은 포항의 밀집 수비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답답한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 양 팀은 교체 카드를 활용했는데,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벤치에 즐비한 울산은 체급으로 포항을 찍어눌렀다. 기세를 올린 울산은 아타루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망을 흔들며 리드를 잡았다. 이후에도 울산은 강력한 공세를 펼치며 포항의 퇴장까지 이끌어 냈다. 수적 우위를 잡은 울산이 편하게 경기를 풀어가며 손쉬운 1-0 승리를 챙겼다. 다만 두 팀 다 경기력 부분에선 보완할 점이 많아보였다.
울산
- Best : 엄원상 (교체 투입되어 포항 수비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 Worst : 고승범 (익숙하지 않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었다)
포항
- Best : 완델손 (여전한 클라스를 보여줬다. 빠른발과 화려한 기술로 좌측면을 지배했다)
- Worst : 대부분... 이호재 (교체 투입되었으나 공격 흐름을 계속 끊어먹고, 부정확한 패스로 울산에 역습 찬스를 내주었다. 호재가 아닌 악재였다)
2. 전북 현대 모터스 vs 대전 하나 시티즌 (3/1, 16시 30분, 전주 월드컵)
대전 빵붕이들이 전주성을 자주빛으로 물들였다. 3,000명이 훌쩍 넘는 대전 원정팬들이 카드섹션과 함께 대전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에 화답하듯 전반 9분 만에 구텍이 선제골을 기록했다. 십자인대 부상으로 1년이나 재활했지만, 왜 대전이 이 선수를 기다렸는지 알 수 있는 득점이었다. 전북은 반격을 위해 교체 카드를 대거 투입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중원 싸움에서는 대전의 이순민이 빛났다. 혼자서 전북의 중원을 압도하며 본인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북은 계속된 교체 카드로 대전을 압박했고, 85분 노력의 결실을 거뒀다. 송민규의 패스를 받은 안현범이 대전의 골망을 흔들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으나 더 이상 골이 터지지 않으며 1-1 무승부로 경기 종료됐다. 대전은 원정에서 승점을 거둔 것에 만족할 것이고, 전북은 이 경기력이면 홈 관중수가 반토막 될 것을 걱정해야 될 것이다.
전북
- Best : 송민규 (물이 오른 모습이다. 송민규가 볼을 잡고 버텨주면서 전북의 공격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 Worst : 김진수 (아쉬운 수비력, 스피드...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볼보이에게 강하게 공을 찬 모습은 매우 아쉬웠다)
대전
- Best : 이순민 (리그 최고의 6번. 이적 후 적응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고의 경기력으로 대전의 살림꾼 역할을 100프로 수행했다)
- Worst : 박진성 (친정팀을 상대로 보여주려는 의욕이 넘쳤던 것 같다. 위협적 모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태환과의 소싸움 때만 눈에 띄었다)
3. 광주 FC vs FC서울 (3/2, 14시, 광주 축구 전용)
이정효와 김기동의 지략 대결 및 제시 린가드 덕분에 가장 주목을 받은 경기다. 예매 시작 3분만에 매진되며 광주에도 축구 붐이 피어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광주 선수들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서울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광주의 압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며 서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광주는 효율적인 빌드업을 통해 서울을 벗겨내며 전반 20분 이희균이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이 후에도 여러차례 득점찬스를 만들어냈으나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광주가 서울을 가둬놓고 흠신 두들겨 패는 가운데 전반전이 종료됐다. 광주 입장에서는 더 득점을 못해서 아쉬울 정도였다. 후반전, 광주의 압박이 약해진 틈을 노린 서울이 기성용의 중거리 슈팅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후 서울은 후반 31분 린가드까지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으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때리다 지친 서울을 상대로 광주는 후반 추가시간 가브리엘이 쐐기골을 터트리며 서울의 추격의 의지를 박살냈다. 경기결과 및 내용까지 완벽했던 광주의 승리였다.
광주
- Best : 이희균 (공격의 첨병부터 연계까지 만점이었다. 더불어 득점까지 기록하며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 Worst : 김진호 (이적 후 본인의 주 포지션의 반대편이 왼쪽 풀백으로 나섰다. 수비에선 좋은 모습이었으나 공격 전개시 아직 이정효 축구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었다)
서울
- Best : 최철원 (뽑을 사람이 없는 가운데... 그나마 몇 개의 선방을 기록한 최철원을 선정했다. 전반전 두 번의 선방이 없었으면 대참사가 날 뻔 했다)
- Worst : 권완규 (여전히 팬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치선정부터 맨투맨 수비까지, 아쉬운 모습이 너무 많았다. 체중감량을 한 탓인지 몰라도 몸싸움에서 많이 밀리는 모습이었다)
4. 인천 유나이티드 vs 수원 FC (3/2, 16시 30분, 인천 전용)
작년 아시아 무대를 경험하며 더 강해진 인천과 김은중 체제로 변신한 수원FC 의 맞대결. 수원은 작년 최다 실점 팀의 오명을 벗기 위해 처음부터 내려 앉아 역습을 노렸다. 반면 인천은 무고사를 필두로 수원의 골대를 정조준 했으나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권경원을 중심으로 한 수원의 수비진은 예상보다 탄탄했고, 윤빛가람-정승원-강상윤의 중원조합은 인천의 전진을 막아섰다. 공격 활로를 찾이 못한 인천은 측면으로 공만 돌렸고 이렇게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에도 인천의 공격은 수원의 단단한 수비에 막혔다. 오히려 수원이 이승우를 투입하면서 반격의 칼날을 가다듬었다. 경기가 막판으로 흐르며 수원이 잠글거라 예상했지만, 이광혁을 투입하며 인천의 뒷공간을 노렸다. 수원의 이러한 묘수는 결실을 거뒀다. 후반 추가 시간 인천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얻어내며 페널티킥 찬스를 맞이했다. 이를 이승우가 침착하게 성공하면서 수원이 1-0 신승을 거뒀다. 작년과 달라진 수원의 모습이었다. 반면 인천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인천
- Best : 오반석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인천의 후방을 책임졌다. 경험이 더해져 노련한 모습이 돋보였다)
- Worst : 홍시후 (시후 타임은 교체 투입에만 적용되는걸까. 무리한 드리블 돌파와 팀 템포와 맞지 않은 모습으로 흐름을 깨먹었다)
수원
- Best : 권경원 (클라스가 느껴졌다. 린가드에 가려져서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 했던 것 같다. 작년 최다 실점 팀이 권경원의 지휘 아래 짜임새를 갖춘 수비를 선보였다)
- Worst : 지동원 (기대치가 낮았는데 역시 딱 낮은 기대만큼의 활약이었다. 역습 찬스에서 느린 스피드로 상대팀에 편안함을 주었다. 공격의 첨병보다는 연계 역할에 집중해야 될 듯 보인다)
5. 강원 FC vs 제주 유나이티드 (3/2, 16시 30분, 춘천 송암)
주목도가 가장 떨어졌던 경기였다. 윤정환 감독과 온전히 시즌 준비를 한 강원과 김학범 감독 체제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제주 였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어수선한 가운데 30초만에 강원 이상헌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가진 재능에 비해 저니맨 생활을 오래했던 이상헌이 자신을 선택해준 강원에 보답하는 골이었다. 강원에게 한 방을 맞은 제주는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유리 조나탄을 앞세워 강원을 골문을 노리던 제주는 전반 43분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가 클리어한 볼을 이탈로가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하며 강원의 골문을 열어제꼈다. 후반전에는 양 팀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펼쳐졌으나 성과를 거둔 팀은 없었다. 후반 추가 시간 강원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으나 제주 김동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며 1-1 무승부로 경기가 막을 내렸다.
강원
- Best : 이상헌 (득점 뿐만 아니라 드리블과 연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꾸준히 출전만 한다면 강원의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 듯)
- Worst : 갈레고 (수비 가담부분에서는 열심히 했으나, 이 선수에게 바라는 모습은 공격에서 위협적인 모습이다. 윤정환 감독이 얼마나 기다려줄 지 모르겠다)
제주
- Best : 김동준 (후반 추가시간 실점 위기에서 미친 선방을 보였다. 혼자서 승점 1점을 벌어왔다)
- Worst : 헤이스 (작년의 번뜩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밋밋한 그저그런 모습이었다)
6. 대구 FC vs 김천 상무 (3/3, 14시, 대구 DGB 대구은행파크)
대팍이 가득찬 가운데 대구와 김천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 초반부터 경기가 달아올랐다. 예상과 달리 김천이 공격적으로 나오며 중원에서 양 팀 선수들이 계속 부딪혔다. 김천은 거친 플레이로 중원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다. 답답함을 느낀 대구는 내려앉아 역습을 준비했다. 핏이 바짝 오른 바셀루스가 김천을 위협했다. 전반 29분 김천 수비진의 실수를 틈타 바셀루스가 완벽한 찬스를 맞이했다. 그러나 김천의 강현무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후에도 에드가의 헤더가 골대를 살짝 벗어나며 대구팬들이 아쉬움을 내뱉은 가운데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대구의 왕 세징야가 투입됐다. 세징야의 투입으로 공격이 활발해졌지만 강현무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오히려 77분 코너킥 상황에서 원두재를 놓치며 실점을 허용한 대구였다. 리드를 뺏긴 대구는 수비수 김진혁까지 공격에 배치하며 김천의 골문을 노렸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렇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며 김천이 대구를 1-0으로 잡아냈다.
대구
- Best : 바셀루스 (벌써 핏이 바짝 올라와있다. 전반전 끝나고 교체 한 이유를 모르겠다. 계속 있었으면 공격포인트 기록했을 듯)
- Worst : 고재현 (기대치가 높았던 탓인지 아쉬운 모습이 많았다. 올해 군입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더 분발하길)
강원
- Best : 강현무 (예전 포항시절 하드캐리 하던 강현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완벽한 실점 기회를 막아내며 승점 3점을 벌어왔다)
- Worst : 이영준 (등딱이 안되니 볼 소유에 어려움을 겪었다. 계속 주전으로 나오려면 힘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아직 리그 초반이라 많은 팀이 정상 궤도는 아니다. 그러나 광주 처럼 본인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팀도 있다. 산뜻한 출발을 한 만큼 올해도 기대되는 K리그 이다. 라운드가 계속 될 수록 계속 티켓 구하기 어려워졌으면 좋겠다. 'K리그의 봄'이 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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